나는 번번이 머리카락이 빠지고 심한 구토가 나는 부작용이 나타나 지금은 아예 예방약을 먹지 않는다. 때문에 말라리아 지역에 다녀온 직후 고열이 나면 혹시 말라리아가 아닐까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나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말라리아는 치명적인 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한 해에 3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그 중 1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30초에 한 명씩 죽는다는 말인데, 이 중 90%가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아이들이다. 나도 현장에서 이런 가엾은 아이들을 수없이 보았다. 몇 날 며칠 고열에 시달리면 건장한 남자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데 몸집도 작고 영양 상태까지 나쁜 어린아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리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며칠 전까지 잘 놀던 아이가 눈앞에서 허무하게 목숨이 꺼져가는 걸 보면 기가 막히고 분해서 눈물이 저절로 난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인간도 복제하는 첨단의학으로 왜 그까짓 말라리아 약은 못 만드는 걸까? 이 흉악한 말라리아를 예방할 방법이 그렇게도 없는 걸까? 물론 말라리아의 원인인 모기의 번식을 막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포괄적인 보건 위생 사업을 벌일 여력이 없다.

차선책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건데 아프리카 현지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모기장만 있어도 말라리아 발병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탄자니아 한 마을에서 이 모기장을 사용했더니 그 마을 아이들의 말라리아 발병률이 무려 98%감소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가족용 말라리아 예방 모기장 한 개 값이 우리 돈으로 1만원. 우리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지만 아프리카 말라리아 창궐지역 주민에게는 몇 달을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5월에 우리 지구 저편 아프리카 가정에 말라리아 예방 모기장을 선물로 보내면 어떨까? 귀한 어린 생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정말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