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치솟으면 이렇게 우리나라 서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지만 구호식량 외에 기댈 곳 없는 세계 난민들이나 최 극빈 층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식량 지원이 줄거나 아예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월드비전 국제본부는 작년에는 전 세계 650만 명에게 식량 지원을 했지만 올해에는 150만 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나는 구호 활동 중 식량 지원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런 뼈아픈 결정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다.

지난해 4개월간 일했던 짐바브웨에서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초등학생들에게 옥수수와 콩가루를 섞은 죽을 점심으로 지원했다. 어느 날 월요일 오전에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아침인데도 아이들 대부분이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도는 걸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배가 고파 쓰러져 있는 거였다. 몇 년간 지속된 극심한 가뭄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집에 먹을 것이라고는 야생버섯밖에 없는데 그나마 철이 지나 구할 수가 없다. 이들의 유일한 끼니는 학교에서 주는 옥수수 죽 한 그릇. 금요일 점심에 죽 한 그릇을 먹은 후 토요일, 일요일을 내리 굶고는 월요일 점심 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라 죽 한 그릇에 배가 부르지도, 영양이 충분하지도 않지만 이것만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이 옥수수죽은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그러나 이제 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 급식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년 옥수수죽 한 그릇 값은 우리 돈으로 200원이었지만 지금은 옥수수 가격 폭등과 운송비 인상으로 400원이 넘는다. 학교 급식 지원 사업을 위한 후원금이 적어도 두 배 이상 늘지 않으면 급식 대상자를 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오늘도 국제 옥수수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천 길 벼랑 끝에 손끝만 걸고 매달려 있는 아이들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정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