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50대까지 독자층 넓어
무명작가에서 논픽션작가 모델로… 

한비야(49)씨의 휴대전화는 또 불통이었다. 오지(奧地) 탐험가이자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활동 중인 그는 
지난달 짐을 꾸려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떠났다. 12월 말까지 4개월간 진행되는 긴급구호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
한다고 했다.

한씨는 지금 한국에서 독보적인 논픽션 작가다. 2005년 9월 펴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는 2년간 
60만부가 팔렸다. 10만부만 넘겨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논픽션 분야에서 한씨의 책은 ‘중국 견문록’ 
40만부,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 20만부 등 나올 때마다 흥행했다. 10대 청소년부터 50대까지 독자층도 넓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경우는 요즘도 꾸준히 판매되며 ‘한비야 스토리’의 지구력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랬듯, 그도 출발은 무명이었다. 국제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라 한국지사에 근무하던 한씨는 
‘걸어서 세계일주’라는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사표를 던졌다. 1993년부터 7년간 오지로 들어간 그는 나올 
무렵 ‘바람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전4권)으로 논픽션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2001년부터는 월드비전에서 일하며 해외 구호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판계에 ‘한비야 스터디’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그는 논픽션 작가의 롤 모델이다. 이러저러한 여행기를 담은 
논픽션은 많았지만 활동가로서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한씨 케이스 밖에 없다. 
그의 책이 잘 팔리는 까닭으론 ▲논픽션 내용과 저자 삶과의 일치 ▲세계가 무대라는 인식의 증가 ▲직접적이고 
강하며 꾸미지 않은 문체 등이 꼽힌다. 한 출판인은 “한비야씨는 일관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막연한 명상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신뢰감을 주는 필자”라고 말했다.

논픽션의 재료는 당연히 그의 삶이다. 마흔세 살 나이에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1년간 중국 베이징에 둥지를 
틀었고, 연수 마치고 돌아올 땐 월드비전 긴급구호요원이라는 직함을 들고 다시 황무지로 몸을 던졌다. 
‘중국 견문록’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 흔적이다.

지금 한씨의 일은 봉사와 출판이 전부다. 결혼하고 아이 낳아 DNA를 전하는 평범한 삶 바깥에서 그는 살고 
있다.  인터넷에는 ‘한비야씨처럼 살고 싶다’ ‘한비야가 내 인생의 전환점’ 같은 표현이 쉽게 발견된다. 
그럴 때마다 한씨는 “행복하니까 목숨 걸고 오지로 가고,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쓸 뿐”이라고 말해왔다.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