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슬람국에선 십자가 닮은 마크 지우죠
2007-09-06

‘이슬람 국가인 소말리아에서는 월드비전의‘별’마크도 지웁니다. 자칫 십자가로 보이기 때문이죠. 월드비전이 기독교단체인 것은 맞지만 우리의 목적은 인도적 지원입니다. 개종할 의도도 없고, 개종해서도 안 됩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소말리아 사업본부장 크리스 스무트(46)씨는 ‘다른 종교를 가진 나라에서 구호활동을 하려면 무척 조심스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소말리아 상황과 위험지역에서의 구호사업을 알리려고 6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월드비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전이 끊이지 않고, 어린이들이 굶주림과 ‘여성 할례’로 죽어가는 소말리아 상황을 전했다. 소말리아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함께 우리나라에선 여행금지국이다.

스무트씨는 ‘소말리아의 4~12살 여자 어린이 98%가 외부 성기를 잘라내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할례를 받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구호활동가 한비야씨도 ‘지난달 소말리아에 직접 가서 보니, 아이들이 할례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말리아는 학교 시설도 거의 없고, 국민 대부분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고 스무트씨는 전했다. 그는 ‘학교 선생도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아, 전날 공부를 하고 다음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무트씨는 소말리아 구호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게 직원들의 안전문제라고 했다. ‘현장을 돌기 위해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소말리아 아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죠.’ 스무트씨가 소말리아를 선택하고, 또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