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한비야 팀장 볼리비아 수해현장 리포트] 숨진 동물 떠있는 강물을 식수로…

[국민일보 2007-05-01 22:00]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한국(회장 박종삼) 긴급구호팀이 전 지구적 기상 이변으로 대규모 홍수 피해 를 입은 남미 볼리비아에 지난달 10여일간 현장조사를 다녀왔다.

한비야 긴급구호팀장은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볼리비아 동부는 말 그대로 물바다였다” 면서 “남한 면적 의 6배에 달하는 지역이 2개월 동안에 완전히 침수돼 키 큰 야자수들도 꼭대기만 겨우 보였다”고 전했다. 또 수천 마리의 죽은 소들이 고무공처럼 떠다니고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는 수백 동의 이재민용 천막이 자 리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재해의 직·간접적인 원인은 해면 온도가 급상승하는 엘니뇨 현상과 그 반대인 라니냐 현상 등 지구온 난화에 따른 기상변화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분석이다. 지형적인 영향도 크다. 볼리비아는 크게 서쪽의 해발 3500m가 넘는 고산지대와 동쪽의 아마존 정글로 이어지는 저지대로 이루어졌다. 올해는 특히 엘니뇨 현 상이 심해 서쪽 고산지대에 비가 많이 왔고 그것이 저지대의 4개 강에 합류하면서 무지막지한 물줄기를 형 성했다는 것.

이번 홍수는 강폭을 무려 75㎞로 늘려놓았다. 하지만 물이 빠져도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그 물이 모두 브라질 북부 아마존 강으로 흘러가게 돼 그쪽에 또 홍수가 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는 지난 2 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만큼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은 극히 미미하다.

한 팀장은 “학교나 교회에 2개월 이상 피신하고 있는 주민들의 위생상태는 예상대로 엉망이었다”며 “동물 의 사체들이 떠다는 강물을 빨래와 설거지는 물론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피부병과 만성 설사 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물이 빠지면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 분명한데도 소독 약과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느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아구아(물)"라고 대답하더군요. 현재 월드비전은 이 지역 주민 40만명 중 10만명에게 정수제를 공급하고 대형 난민촌에는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식수 확보에 총력 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화 1000원이면 정수제 10개를 구입, 깨끗한 물 100ℓ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가족이 열흘간 마실 수 있는 양이죠.”

한 팀장은 또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정수시스템이 개당 1500만원인데 식수와 생활용수 등 매일 500가 구(5인 기준)가 쓸 수 있는 맑은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월드비전은 2월말 볼리비아 긴급구호 사태를 "카테고리 2"(월드비전에서 사용하는 긴급구호 용어로 서 재난 발생국이 속한 대륙이 함께 대처해야할 규모의 재난)로 선포하고 긴급구호팀을 현장에 급파해 베 니 주 1만1522가구, 오루로 및 포토 시 북부지역 9000가구 등 2만가구에 의약품과 의복, 임시 피난처를 제공하고 학용품 및 위생품 세트를 지원했다. 또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의약품도 신속히 제공했다. 피해 가 가장 심한 베니 주에는 임시 피난처 50곳을 설치, 이재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선했 다.

월드비전 한국은 향후 3개월간 긴급구호사업계획서를 작성,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구호사업을 실시 할 계획이다.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