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긴급구호 할 일이 없으니까 좀 한가하시죠?" 요즘 거의 매일 듣는 말이다. 억울하다......

세상을 떠뜰썩하게 하는 대형재난이 없긴 하지만 언론이 잠잠하다고 긴급구호팀이 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새 컬럼을 시작하려면 <긴급구호란 무엇인가?>부터 간략하게 정리해볼까 한다.

긴급구호란 한마디로 천재(天災)나 인재(人災)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신속히 살려내고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요즘 방송마다 의학드라마가 인기이니 병원으로 비유해보자.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피범벅이 된 환자의 비명소리와 피비린내 진동하는 응급수술실이 바로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보는 긴급구호현장의 모습이다. 대형 난민촌에서 식량과 식수를 배분하고 난리 통에 부모 잃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등의 초기구호단계에서는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경쟁적인 보도 덕분에 일반사람들도 현장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다. 당연히 긴급구호 자금도 이 단계에서 제일 많이 들어온다. 문제는 이런 ‘뜨거운’ 기간이 길어야 한달이라는 점이다.

2차대전후 최대 참사였다는 쓰나미 때만 해도 한 달도 되지 않아 관련기사는 국제면 한 귀퉁이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사람들의 측은지심과 후원금도 함께 빠져나간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수술이 잘 끝났다고 바로 집에 갈 수는 없는 법, 당분간은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 등이 있어야 연명할 수 있다.

파괴된 마을이 정상기능을 되찾기 위해 우물을 파고 마을을 소독하며 어린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맞추는 것이 이 기간에 할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시기에 자금이 부족하면 다 살려놓은 환자에게서 생명 줄인 산소 호흡기를 떼 내야한다. 다행이 그 환자가 중환자실도 무사히 통과했다면 이제 회복실로 갈 것이다.

거기에서는 혼자서 밥먹고 화장실은 갈 수 있을 만큼의 재활훈련을 받아야한다. 현장에서는 농민들에게 농기구와 종자를, 어부들에게는 그물이나 마을 공동용 배를 공급함으로서 스스로 일하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간이다. 구호활동 중에 가장 긴 이 기간에는 당연히 돈과 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이때는 애간장을 녹이거나 기상천외한 애기가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래서 구호단체 직원들은 힘들다. 없는 관심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그래야 비로소 응급실에 실려 왔던 환자가 중환자실을 거쳐 발로 걸아 나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년 한 해 대형 응급수술실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꾸준히 돌봐야 할 중환자실과 회복실 환자들은 차고도 넘친다. 이제 4년째 접어든 쓰나미 구호는 아직도 영구 주택 및 보건소 건성 등 재난 복구사업을 하고 있고 재작년 파키스탄 지진구호도 이제 겨우 임시 천막학교를 벗어나 영구 학교를 짓고 있다.

구호상황이 TV병원드라마처럼 50분후 명쾌하게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는 5년이 걸리더라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 날까지 있는 힘을 아끼지 낳을 것이다. 가끔 억울한 소리를 듣더라도 말이다.

글 한비야 긴급구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