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가 만난 사람]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과 한비야

[파이낸셜뉴스 2007-05-20 17:42]

―사회:이장규 증권부장

"굿모닝신한증권의 성공시대를 위하여."

지난해 증권인으로 변신한 이동걸 사장(59)은 올해 취임 2년째에 접어든다. 단기성과주의가 횡행하는 증 권업계 현실에 비춰보면 이 사장의 행보는 한걸음 한걸음씩 기초를 쌓는 정중동의 보폭이다. 느리지도, 빠 르지도 않으면서 기본에 충실하다. 그와 굿모닝신한증권의 저력이 새삼 느껴진다. 곧 다가올 "굿모닝신한 증권의 성공시대"를 향한 그의 행보에는 빈틈이 없어 보인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의 큰 그림은 이미 그려 졌다. 갈길 바쁜 그이지만 쉬어가는 여유, 더불어 가는 맛과 멋을 아는 영국신사의 기품이 느껴진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28층 본사 접견실에서 "나눔의 미학"을 알고 실천하는 이동걸 사장과 한비야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49)이 만났다.

▲이동걸 사장=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볼리비야를 다녀오셨다면서요.

▲한비야 팀장=네. 볼리비아에 홍수가 나서 한국의 6배 넘는 면적이 두달 동안 물에 잠겼어요. 그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였습니다. 글로벌시대다, 세계화다 해도 우리의 머리에는 우리가 돈버는, 한국에 필요한 나 라만 들어있는것 같아요.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구호활동의 관심 영역에 라오스도 포함됐으면 해요.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4월 라오스 정부와 전략 적 제휴를 맺고 바이오디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라오스는 1960년대의 한국과도 같습니다. 빈곤을 퇴치 하기 위해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새마을 운동이지요. 라오스에서는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자트로바를 심어 가난을 퇴치하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제주도의 2.3배 면적을 90년간 빌렸어요. 저는 이런 비즈니스 외에 현지사람들에게 컴퓨터 보급을 제의했어요. 3년 마다 직원들의 컴퓨터를 교체하는데 국내에서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라오스의 젊은세대들에 기증해서 유 능한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도록 돕고 싶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두분이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한=인터뷰를 준비하며 이 사장님의 마음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미 에 있는 볼리비아를 돕는 것은 구호팀장 몫이고 증권사 사장님이 라오스에 희망의 끈이 끊기지 않게 해주 는게 바로 오늘 우리 두사람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그래요. 팀장님의 책 제목이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인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저의 지 론과 의미상통합니다. 비록 세대차이는 있지만 삶에 있어 열정이 중요한데 한열정으로 이름을 바꿔도 될 것 같아요.(웃음) 뜨거움이 묻어납니다.

▲한=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측면에서 어떤게 필요한가요.

▲이=방향성, 방법론의 문제같아요. 우선 방향성의 측면에서 굿모닝신한증권은 남이 다 가는 베트남이 아 니라 남이 가지 않는 라오스를 선택했는데 이는 굉장한 위험을 담보하지요. 남과 같이 해서는 따라갈 수 없 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패는 성공을 위한 전제입니다. 실패가 실패로 머무르지 않을 것이니 까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게 경우에 따라서는 무모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치가 있으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방법론에서도 다른 길을 갑니다. 최근 금융업 전반에 걸쳐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투자가 붐인데요. 우리는 카자흐스탄에 다른 증권사가 들어가는 방법이 아닌 새로운 모델로 들어갔습니다. 부동산투자를 하되 수요 가 있는 경제수도 알마티의 신규아파트를 50여채 미리 구입해서 수요자에게 재분양하는 거죠. 짧게 투자 해서 이익을 보는 겁니다. 건설회사는 필요자금을 융자없이 조달할 수 있고 우리는 이익을 단기간에 회수 하는 거죠. 뭔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말고 생각해야 해요.

▲한=사장님도 이름을 이도전으로 해도 될 것 같은데요(웃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열정인것 같아 요. 사장님도 아파트 분양처럼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니 실천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요. 역시 열정이 필요한것 같아요.

―이 사장님 취임 후 굿모닝신한증권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한데요.

▲한=취임 1년 사이에 참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증권사도 사기업인데 실 적이 나야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지난해는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원년이었어요. 신한지주로부터 5000억원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규 모를 1조3000억원 규모로 늘렸고 중국, 라오스, 카자흐스탄 등 신성장 동력을 찾아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 고 있어요. 특히 브로커리지 이외 부문의 수익이 늘면서 선진 투자은행형 수익구조로 변모하고 있는 점이 다행이지요.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환경의 문제일텐데요. 넥타이 맨 사람은 1년에 한번은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은행에 있으면서 참모였던 제가 이웃을 돕겠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이 저한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때 내가 사장이 되면 사회공헌을 전사적으로 체계적으로 해야겠다 생각했고 굿모닝 신한증권에 와서 명확히 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구족(口足)화가 전시회를 했습니다. 이들을 도우려고 했 는데 오히려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써달라고 되돌려주더군요. 그래서 그돈 500만원에 회사 자체 성금 등 을 포함해 2900만원을 만들어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했어요.

▲한=저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밖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입니 다. 지난 90년대까지 한국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살만해졌다고 나몰라라 해요.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해 야 합니다.

▲이=사회공헌활동이라는게 멀리 있지 않아요. 해외, 국내의 구분은 필요 없지요. 자기분야, 자기능력에 따라 하면 됩니다. 해외에서 도움 받은 나라가 먹고 살만하다고 우리것만 챙기면 세계로부터 웃음거리 됩 니다.

―두분 모두 국익을 위해 안팎에서 일하시는 것 같아 좋아 보이는데요.

▲한=몇해 전 터키에 지진났을 때 월드비전은 10억원의 초기자금을 냈는데 정부는 9만달러를 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적이 있어요. 형제나라인 터키에 도움을 준 것인데 대한민국의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창피 한 일이죠. 이후 지원규모가 크게 늘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국제사회 기대에는 못미칩니다. 해외에 금융상 품, 제조상품 팔듯이 세계의식을 가졌으면 해요.

▲이=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국제구호활동은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는 국익에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예 요. 우리가 라오스에 바이오디젤 사업을 위해 진출할 당시 일본 등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는데 라 오스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투자단을 구성할 때도 한국으로만 했지 요. 이처럼 국가의 이미지가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는 데 그런 이미지는 한비야 팀장 같은 분들이 보이 지 않게 음덕을 쌓은 결과예요. 만약 동티모르에서 기름이 난다면 한국에 줄 것입니다. 국익이라는게 정치· 경제만 잘해서가 아니라 모든게 조화돼서 이뤄지는 것이에요.

―굿모닝신한증권과 월드비전 모두 올해 강력히 추진하고 계시는게 있죠.

▲한=국제사회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면서 본 한국의 이미지는 과거보다는 확실히 개선됐지만 아직도 부 족합니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활동한 덕분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세계시민의식 결 여예요. 우리는 다른 국가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요. 제도적 교육이나 사회에서 세상은 교역의 대상이자 경쟁의 대상이지 결코 친구가 아니었어요. 세계시민의식을 키워주고 싶어 세계시민학교를 시작할 예정입 니다. 에이즈, 기후변화, 기아 문제 등 세계문제를 청소년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연구할 겁니다. 그렇게 100만명만 양성하면 이들이 해외에 나가 한국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아주는 첨병이 될 수 있으리라 생 각합니다. 지켜봐주시고 후원해주세요.

▲이=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신한금융그룹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올해도 쉼 없이 신성장 동력을 찾아갈 것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룹의 큰 이슈가 마무리돼 가는 올해는 그룹의 정책도 증권을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블루오션을 찾아 투자하는 전략도 지속될 겁니다. 자원보국인 동남아시아 국가, 중앙아시아, 남미, 중국 등에는 아직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요. 굿모닝신한증권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하나둘 씩 개발해 나가며 글로벌 투자은행의 초석을 쌓아올릴 것입니다.

/정리=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