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의 스타&얼굴> 탐험가·박애가 두가지 눈빛-한비야
[문화일보 1/2]

한비야의 눈은 탐험가나 개척자의 눈을 닮았다. 처음 그녀의 사진을 잡지를 통해선가 보고서는 나는 의심 없이 그녀가 탐험가인 줄 알았다. 물론 사진 속에서 입고 있었던 사파리 복장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녀의 눈빛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른 강렬한 빛이 그녀가 남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녀가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지구촌 곳곳의 기근지역을 누비는 수호천사라는 것은 창피하게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탐험가나 개척자의 눈과 박애정신 가득한 휴머니스트의 눈빛은 닮은 것 같다. 콜럼버스나 제임스 쿡 같은 위인들의 눈과 한비야의 눈은 아마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하고 있는 일, 환경, 생활이 탐험가의 그것과 하나도 다름없다고 그녀의 눈빛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어린 시절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몇 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가슴 떨려 하며 책을 붙들고 있던 그 시절 구호와 박애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던 가난한 시절이었으니 자선이라는 단어에 공감이 갈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청소년 시절 내가 만약 한비야의 영향을 받았다면 과연 내가 지금 사진을 찍고 있었을까 싶다. 그녀의 행동과 말들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무슨 사치스럽게 사진을 찍었을까 싶다.

얼마 전 그녀와 함께 남부 아프리카의 레소토를 다녀온 적이 있다. 레소토는 인구 400만명 정도의 내륙 국가인데, 국가가 발표한 에이즈 환자 숫자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 참담한 현실의 나라이다. 아마도 비공식적으로는 에이즈 환자가 전 인구의 5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스치는 사람의 절반이 에이즈 보균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곳에 한비야와 함께 긴급 식량 배급 활동과 에이즈환자의 병원 방문, 그리고 에이즈환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면서 알게 된 그녀의 실체는 역시나 탐험가의 눈빛이 말하듯 단순한 박애자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과 식사를 같이하며, 마치 반가운 친구처럼 껴안고 부비고 함께 웃으며 사랑하는 한비야의 얼굴에는 그냥 휴머니스트의 심오한 사랑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아픔에 도전하고 삶을 개척해주려는 표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환자들보다도 한비야의 얼굴로 더 많이 카메라가 움직이게 된 것을 나중에 귀국해서 사진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그 탐험가(?)의 눈빛에 사진가의 호기심과 애정이 따라가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세계를 향한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다. 사진가인 나는 세계인인 그녀에게서 눈빛 못지않게 부러운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작은 것을 볼 줄 아는 시각이다. 기근이 거듭되는 아프리카에서 우리들은 정치와 내전과 가뭄을 보지만, 한비야는 목말라 배고파 걸어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녀의 눈에는 항상 제도보다도 인간이 먼저 보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늘 인간보다도 제도나 국가를 먼저 보게끔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그녀의 눈이 부러울 뿐이다.

「바람의 딸」이기에 그녀가 틀 영원한 둥지는 없을 것 같다. 그 눈빛과 시각으로 살아갈 이런 동갑내기 친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여간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