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행군" 젊은이들 가슴 움직였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100쇄 발간
[한겨레 2/10]





“어렸을 때부터 웅변을 해서 수만명 앞에서도 안 떠는 사람인데, 정말 떨리고 기뻐요. 주 독자가 젊은이들인데 이 책은 돈 버는 얘기도 아니고 살빼는 얘기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 사귈 수 있나 하는 얘기도 아니고, 모르고 살면 마음 편할 얘기들, 외면하고 싶은 얘기들인데, 젊은이들이 권하고 권해서 오늘날까지 온 거예요. 엔지오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를 100쇄까지 찍으리라고는 아무도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청소년들이 이기적이고 남 돌볼 줄 모른다고 하는데, 길거리에서 아이들 만나면 그 짠돌이들이 나한테 돈을 줘요. 군인들이 누나, 누나 하면서 그 자리에서 3만2000원을 걷어서 준 적도 있어요.”

“나와 젊은 독자들 눈높이 같아”
반발 앞서 넓은 세상 보여주고
잠재된 봉사·기부 열망 터뜨려

수화기를 뚫을 듯 속사포처럼 소감을 쏟아낸다. 그리 길지 않은 통화에도 상대방을 "감전"시키니 그의 책을 다 읽고난 사람들이 감전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듯싶다. 특히나 아직 말랑말랑하고 그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 독자라면 말이다.

한비야(50)씨가 2005년에 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가 얼마전 100쇄를 찍었다. <지도 밖…>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1996)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1999) <한비야의 중국견문록>(2001)에 이어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월드비전 긴급구호 요원으로 활동한 경험담을 담았다. <지도 밖으로…> 65만부와 지금까지 낸 책의 판매 부수를 모두 합치면 200만 부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씨는 새로 책을 낼 때마다 거듭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지여행가에서 마흔이 넘어 중국어에 도전한 만학도로, 다시 엔지오 활동가로.

한씨의 매력은 한씨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만만한 거지요. 나는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요. 내 눈높이가 바로 젊은 독자들 눈높이예요. 전성기를 향해 항상 진행형이라는 게 젊은이들과 같은 거죠. 나이 들면 사람들은 세상 다 산듯이 돌아보니 이렇더라고 쓰기 십상인데 저는 반 발짝 앞에서 내가 목격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거예요. 멀리 떨어져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누군가를 욕하기도 하고, 깨져도 앞으로 조금씩 나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언니, 누나로 보는 거지요.”

 "반 발짝" 앞서 있다는 그의 말마따나 그의 행적은 항상 우리 사회에 깃든 잠재된 욕구를 반 발 앞서 끄집어 냈다. 여성들이 활발히 사회에 진출해 사회적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일하던 때, 잘 나가던 직장을 훌쩍 떠나 오지를 여행하며 새로운 가치를 보여줬다. <지도 밖으로…>를 통해 개별적으로 꿈틀대던 봉사와 기부에 대한 열망을 터뜨려주면서 사회적인 역할 모델로 자리잡았다.

이권우 출판평론가는 한씨의 글쓰기가 “요즘 시대에 맞는 글쓰기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과잉된 문학적 감수성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자기검열 때문에 빠질 만한 내용까지 삶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문체로 써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다.

한씨의 책이 나온 뒤 월드비전에 한 달에 2만원씩 후훤하는 정기후원자수가 6만명 늘었다고 한다. “이런 불쌍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머리로만 읽은 게 아니라 특히 청소년들이 가슴으로 읽은 것 같아요. 이 책은 머리와 가슴 사이뿐 아니라 가슴과 손 사이도 연결했어요. 책을 읽은 사람들이 실제로 손을 움직여 주머니를 열었잖아요.”

한씨의 ‘긍정 바이러스’는 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삶을 움직였다. “비야 언니 책을 보면 내 자신이 할 일이 많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고 장기기증을 신청했고, <지도 밖으로…>를 읽고 월드비전의 아동후원을 신청할까 한다.”(예스24 아이디 redkid99)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책 달라진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네이버 블로거 dgukum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