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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장 취악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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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장 취악한 아동·가정·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 [한비야]구호 전문가로 변신하며 2002.03.03 중앙일보
- 2006.09.04
|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으로 유명한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국제난민운동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달 중순 '비극의 땅'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한달 가량 긴급구호 업무를 맡을 한씨의 인생 전환, 현지 활동 등을 연재합니다. 그 사람 때문이었다. 내가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것은. 1996년, 육로 이동의 원칙을 지키면서 이란에서 중앙아시아로 넘어가려면 아프가니스탄을 거치는 길밖에 없었다. 망설이고 있는데 우연히 그 길을 수시로 다니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내가 지나갈 헤라트 지역은 이미 탈레반이 정부군을 몰아내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국경을 넘는 순간 대포 소리, 박격포 소리가 요란하고 사방이 지뢰사고로 팔 다리 잘린 사람들 천지다. 사지에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하기야 종군기자인 그에게는 총알만 빗발치지 않으면 안전한 곳일테지만. 무엇보다 숙소가 문제였다. 그 친구가 알려준 헤라트의 문화원은 이미 탈레반 병영이 됐고 다른 숙소는 근처에만 가도 남자 주인이 손사레를 치며 쫓는 시늉을 했다. 남자 보호자 없이 혼자 다니는 불량한 여자를 재워줄 수 없다는 거다. 시계를 보니 오후 8시40분. 20분 후면 움직이는 모든 것에 총알이 날아온다는 통행금지 시간이다. 식은땀이 났다. 그 순간 여기가 전쟁 중이니 국제적십자나 유엔 난민기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얼른 수첩에 적십자기를 그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이니 모두 질겁해 달아났다. 내가 기독교 선교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천우신조로 아프가니스탄 의사가 적십자 병원으로 안내해 주었다. 통금 직전 배낭을 지고 나타난 나를 보고 병원 직원들은 저녁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음날 이 도시의 유일한 배낭족인 나를 '구경'온 유엔 직원에게 난민촌을 좀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 난민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나도 세계여행 전에는 난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이 여행이 끝나면 뭘 할까,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난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저 구경거리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기에 죽어가는 아이들에게도 사진기를 들이댈 수 있었다. 거기서 무수히 보았다. 영양실조로 설사나 감기에도 목숨이 끊어진 아이들, 정부군과 반군들에게 윤간당한 여자 아이들, 그런 난민촌에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 나는 점점 그런 아이들에게 끌리고 있었다. 내가 찾아간 곳은 헤라트 외곽에 있는 한 자생 난민촌이었다. 외국인 여자를 보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남자 아이들에게는 태권도 기본동작을 가르쳐주고 여자 아이들에게는 삼색 볼펜으로 꽃반지를 그려주면서 한참을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나 어른들은 좌불안석. 외국인과 무슨 내통을 했느냐고 탈레반에 트집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눈총을 견디다 못해 그곳을 나오면서 "너희들 전쟁 끝날 때까지 죽으면 죽을 줄 알아, 알았지" 라고 당부하니 아이들은 "발레(알겠어요)"라고 소리 높여 대답했다.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여자 아이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수줍게 빵을 건넨다. 얼마 만에 생긴지도, 언제 다시 생길지도 모르는 귀한 식량을 자기와 잠깐 놀아준 이방인 친구에게 주고싶은 거다. 한순간 망설였다. 빵을 이 아이가 먹고 배가 부른 것이 좋을까, 내가 먹고 우린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게 좋을까. 그리고는 빵을 받아 한입 덥석 베어물었다. 같이 있던 아이들이 손뼉을 치고 어깨춤까지 추며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그날 난 결심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난민들을 위해 일하리라고. 특히 아이들을 위해 나를 아낌없이 쓰겠다고. 돌아보니 국제홍보를 전공한 것도, 오지여행을 한 것도 다 이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간에 걸친 세계일주가 무사히 끝나고, 드디어 지난해부터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첫 출근하는 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돼 입사 후 줄곧 그쪽 관련 일을 맡고 있다. 그간 현장근무를 위한 몇차례의 강도높은 긴급구호 훈련을 받았고 오는 12일, 첫 파견지로 떠나게 된다. 파견지는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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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designtimesp=24031> |
- 한비야의 긴급구호일지1 (고도원의 아침편지)
- 2006.09.04
- [한비야]내가 만난 지구촌 난민들 2002.03.10 중앙일보
- 2006.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