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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정캠페인] 9년간 보육원에서 자란 삼남매, 다시 만난 아빠
2013.04.01

위기가정 캠페인 - 9년간 보육원에서 자란 삼남매, 다시 만난 아빠

아빠와 떨어져있던 세 아이가 9년 만에 한 집에 모였다는 소식에 용하(가명, 13세) 네 집을 찾았다. 세 아이는 지금까지 보육원에서 생활했는데 아빠 박두진(가명, 42세) 씨 혼자 어린 아이들을 키울 수 없어 내렸던 결정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 아이들을 데려가겠다던 약속이 이렇게 지키기 힘들 줄 몰랐다고 말하는 박두진 씨. 그의 몸은 잦은 교통사고와 부상으로 만신창이 상태였다. 아빠가 해주는 밥상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말하는 세 아이의 웃음이 봄햇살을 닮아있었다.

혼자된 아빠, 세 아이 키우기 막막
박두진 씨는 중국집 요리사로 일하는 한 가정의 성실한 가장이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셋째를 낳고 우울증을 호소하던 아내가 집을 나갔을 때 두진 씨는 세상이 내려앉은 것처럼 힘들었다고 한다. 충격을 감당할 수 없고 어린 아이들을 혼자 건사할 수도 없었다. 주위에 의지할 수 있는 피붙이가 전혀 없어 할 수 없이 보육원에 아이들을 맡겼다. 그리고 몇 년간 술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5년간 방황하다 어느 날 아이들 생각이 났어요.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러 시설에 갔습니다."

서울에서 두진 씨는 열심히 중국요리를 만들고 틈틈이 배달도 나갔다. 어려서부터 주방에서 잔뼈가 굵어 솜씨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성격이 깔끔해서 일이 밀리는 걸 못 보는 탓에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나간 일이 화근이었다. 신호를 대기하고 있을 때, 차선을 급하게 바꾼 차량이 두진 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다른 쪽 차선으로 몸이 날아갔다. 그렇게 큰 교통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
(사진) 넉넉하지 못 한 살림이라 우유와 계란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챙긴다.

아이들과 주말 마다 함께 해
"참 이상하지요. 돈이 조금 모이겠다 싶으면 사고가 생겨요. 젊어서 몰랐는데 슬슬 교통사고 후유증이 오더라고요. 심각했습니다."중국집 요리사에게 손은 중요한 재산이다. 언젠가부터 프라이팬 잡은 손아귀에 힘이 안 들어갔다. "탕." 손목의 힘이 없어 놓친 프라이팬이 바닥에 떨어졌다. 병원에서는 손목 인대가 심각하게 늘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통증이 온몸 여기저기에 시작됐다. 몸의 한쪽으로 마비가 와서 2년 가까이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안 먹고 모았던 돈이 모두 병원비로 빠져나갔다.
(사진) 마음이 편해진 용하는 아빠와 대화하고 부족했던 학교 공부도 많이 따라 잡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큰 사고 후유증이 뒤늦게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택시를 몰았어요. 벌이가 갑자기 줄었지요. 몸이 아파서 거의 일을 나가지 못 했어요. 요리할 때는 고정월급이었는데 택시는 상황이 안 그렇잖아요. 하지만 매달 아이들에게 보내야하는 돈이 있어서 저는 용돈 10만원을 쓰더라도 보육원 액수를 맞추려고 애썼죠. 애들이 제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요."주말이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시설로 맡긴 자녀를 찾아오는 부모는 박두진 씨가 유일했다."우리 아빠가 최고였어요. 한 달에 한번, 어쩔 때는 일주일에 한번. 아빠의 부탁으로 우리만 특별하게 주말에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었어요. 거기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죠.;"

이제 아빠와 함께 살아요
"떡볶이. 라볶이, 계란말이.. 꺄르르르.."아빠의 어떤 요리가 맛있냐는 질문에 세 아이가 골똘히 생각하며 손가락을 꼽는다. 월세 20 작은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용하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가족이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웃음소리마다 빛이 일렁인다.

"저 역시 4살 때 보육원에서 컸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고요.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눈칫밥을 먹잖아요. 참 지금도 애들 볼 때마다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몸이 아파 몇 달 째 일을 나가지 못한 박두진 씨, 올 겨울 보일러 없이 넷이 한방에서 전기장판을 깔고 잤다. 아이들은 통증으로 밤새 뒤척이는 아빠의 팔다리를 주물렀다."몸이 좀 나아지면 다시 택시 알바를 해야죠. 몸이 바스러지게 움직여 우리 새끼들 가르쳐볼랍니다."
(사진) 가족의 유일한 가족사진

지금 용하에게 간절한 교복비
박두진 씨는 정부 보조금과 월드비전 후원금을 합쳐 매달 74만원을 받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기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거라고 말한다. 시설생활이 몸에 밴 용하는 처음 가정생활이 몸에 맞지 않았다. 군인처럼 기상과 취침을 철저하게 지키고 말이 없어서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큰딸 서하(가명, 16세)는 자격증을 열심히 따고 둘째 미하(가명, 14세)는 아이들 돌보는 일이 꿈인 중학생이다. 셋째 용하는 경찰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사진) 아빠의 밥상이 주는 의미는 뜨겁다. 아이들은 아빠가 지난 시간 자신들을 잊었다는 상처를 용서했다. 이제 웃으며 함께 장래의 꿈을 상의한다.

"우리 서하, 미하, 용하가 원하는 꿈을 이루도록 제가 뒷바라지 열심히 하겠습니다."동사무소와 이웃의 도움으로 집 세간이 모두 반듯하다. 하지만 몇 달 째 일을 나가지 못 해서 아빠 박두진 씨는 중학생이 되는 용하의 새학기 학용품과 교복이 큰 고민이다. 박두진 씨는 자신처럼 아이들을 시설에 맡긴 부모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 아이들을 데려오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월세 얻을 돈만 생기면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직접 밥을 지어 먹여야한다고 한다. 눈도 맞추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맞아 상처가 빨리 아문다는 뜻 같다.
글/사진 엄진옥기자, 문의 songyi_lee@worldvi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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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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