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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가정캠페인] 일상을 흔드는 통증, 엄마 역할 하고 싶어요.
  • 2013.06.21

위기가정캠페인 - 일상을 흔드는 통증, 엄마 역할 하고 싶어요. 괄약근을 조절 할 수 없어 매일 귀저기를 착용하는 여정(가명, 45세)씨는 두 자녀에게 의지해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 전 의류업에 종사할 때만해도 사람들에게 싹싹하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 칭찬 받던 여정씨는 장폐쇄증으로 서울대학병원에서 장을 드러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설상가상 10만 명 중 1명이 걸리는 희귀병 섬유근육통에 걸려 극심한 통증 속에서 살아간다. 눈을 뜨고 감는 일이 고통스럽다는 여정씨의 통증을 완화 시켜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돕는 일이 가능할까. 장폐쇄증, 섬유근육통, 우울증 "죄송한데 가까이 오지 마세요. 저에게 냄새가 날까봐서 조심스러워요." 인사를 나누고 한참만에야 여정씨가 부끄러워하며 입을 열었다. 방을 둘러보니 한쪽에 일회용 물수건과 귀저기가 수납되어 있다. 장을 드러내는 수술을 하고 1년째 괄약근 조절이 안 돼서 밤낮 없이 대소변이 줄줄 샌다. 여정씨는 아직 귀저기 차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지 여러 차례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한쪽 팔에는 하얗게 깁스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 고속주행 버스 안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팔에 금이 갔다. 그녀는 천천히 말하고 반응했다. 큰 키에 몹시 말라 등이 휘어 있었다. 섬유근육통 때문에 먹는 진통제가 문제였다. 독성이 강하고 오래 복용하면 간에 무리가 간다고 했다. 오랜 병으로 우울증이 온데다 수술을 하고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 해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안 믿으시겠지만 제가 영업능력이 좋아서 사장님이 별도로 특별수당을 챙겨주곤 하셨어요. 11년 동안 같은 사장님 밑에서 일을 했죠. 결혼을 하고도 계속 일을 해달라고 했는데 애가 생겨서 집에 들어앉았어요."여정씨의 아름다운 시절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곱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1) 쌀겨를 끓여 끼니를 챙긴다. 보통 세 수저, 컨디션이 좋으면 다섯 수저도 먹는다. 삼키고 소화시키는 일이 고역이다. 가족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일찍 부모를 잃고 외롭게 자란 여정씨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꼭 빼닮은 아이를 많이 낳아 대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네가 우리 집에 오다니 큰복이구나. 아가 반갑다." 보자마자 손을 꼭잡고 행복을 다짐하는 시어머니와 다섯 시누이가 마냥 좋았다는 여정씨. "드디어 가족이 생긴다는 기쁨에 잠도 안 왔어요. 하도 성화를 부려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살림을 차렸죠. 그런데 그게 실수였어요. 등 떠밀리는 기분이 들 때 의심을 했어야하는데 제가 쑥맥이었죠." 여정씨는 10년 넘게 알토란 같이 모은 월급으로 아파트와 현금통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정씨의 재정을 믿고 남편이 일을 하지 않았다. 도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결혼해달라고 쫒아다니는 남편에게 마음을 열었던 이유는 단 하나, 성실함이었다. 알아보니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새벽 4시에 직접 시장으로 장을 보러간다는 말에 이런 남자면 정붙이고 잘 살 수 있겠구나하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경제개념이 전혀 없는 망나니였다. 시댁 입장에서 빨리 결혼을 시켜 정착시키려고 온갖 달콤한 말을 속삭였던 것이다. 하나하나 밝혀지는 거짓말이 싫어서 파혼하려던 차에 덜컥 애가 들어섰다. (사진2) 아침저녁 엄마를 씻기고 가사일을 분담하는 형제. 학교에서 효행상도 받았다. 아이들 지키려 전 재산 주고 이혼 "그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에요. 이혼을 요구하니까 아파트며 땅문서를 몽땅 자기 명의로 바꾸라고 하더라 고요. 안 그러면 이혼은커녕 양육권도 안 주겠다고요." 남편은 술만 먹으면 여정씨를 폭행하고 돈을 요구했다. 술 취한 남편이 무서워 달라는 대로 현금을 만들어 줬던게 화근이 되었는지 따로 살림을 차리고도 이혼을 해주지 않았다. 시댁에서 조차 이혼을 전제로 여정씨의 아파트를 요구했다. 여정씨는 이 과정에서 장 건강이 악화, 장폐쇄증을 지난 받았다. 막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서울에 올라가 치료를 받는 동안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당기간 시어머니의 방임으로 막내 유주(당시 7세)에게 소아우울증과 ADHD 증후군이 생긴 것이다. 2005년 칼로 생명을 위협하는 남편에게 모든 재산을 주고 도망치듯 입던 차림으로 집을 나왔다. 약속과 다르게 두 아들을 주지 않아서 여정씨는 눈물로 아이들을 따라 이사를 다녀야했다. "남편이 두 아이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흥청망청 쓰며 다른 여자와 살았어요. 이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 학교 옆에 방을 얻고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고 먹이고 입혔어요. 약속을 지키라고 했지만 남편이 계속 위협해서 7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죠." 힘든 몸으로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해 식당 일을 하던 중 온몸의 통증이 심해 진단을 받아보니 섬유근육통이었다. 만성적으로 전신에 통증이 찾아오는 희귀병으로 완치가 되지 않는다. 일을 나가지 못하고 종일 누워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다. 정기적으로 약물주사를 맞아야 한다. (사진3)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이 하굣길에 폐지와 폐품을 들고 온다. 베란다가 꽉 차면 빌린 리어카에 싣고 고물상에 판다. 근검절약이 생활화 되어 있다. 머리 감겨주는 내 아이들, 미안해 몸에 기력이 없어 혼자 병원에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일조차 힘든 여정씨, 그녀의 에너지원은 두 아들이다. 우주(가명, 16세)는 엄마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씻겨준다. 유주(가명, 14세)는 청소를 하고 세탁기 돌린 빨래를 건조대에 넌다. "제가 어딜 봐서 엄마예요. 아이들이 저를 보살펴주고 있어요. 이럴려고 모든 거 버리고 아이들을 데려온게 아닌데 저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를 아이처럼 다독이는 우주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일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속이 깊고 말수가 적은 우주는 말을 아꼈다. "아빠의 폭력에.... 엄마 몸이 방패처럼 구겨졌어요. 엄마가 아기처럼 우는데 안 그러면 좋겠어요. 저는 괜찮아요. 엄마가 덜 고통스러워하면 좋겠어요." 우주네 가족은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 한다. 교통비와 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서 통증을 완화 시키는 주사를 상황에 맞게 처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회 주사 치료비 6만원, 한 달에 8회 3개월 받기 위해 144만원이 필요하다. 여정씨는 어렸을 때 힘겹게 살았던 트라우마를 결혼 생활에서 다시 겪으며 몸에 큰 병을 얻었다. 엄마가 자식의 어깨에, 등에 기대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고통이 덜어지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우주와 유주에게 넉넉하게 웃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착하게 엄마 여정씨를 돌보는 우주 형제에게 깊은 관심이 모아졌으면 한다. 글/사진 엄진옥기자, 문의 hiho@worldvi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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